‘치매’란 다양한 원인에 의해 뇌 기능이 손상되며 기억력, 언어능력, 시공간 파악 능력, 판단력 등 인지 기능이 저하되어
일상생활을 하는 데 지장을 받게 되는 상태를 포괄적으로 이르는 증후군이다.
전체 치매의 60~70%에 해당하는 알츠하이머병 외에도
혈관성 치매, 전두측두엽 치매,
파킨슨병 치매, 알코올성 치매 등
치매의 원인은 다양하며, 정확한 진단을 통해 치료 방향을 결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글. 정지연 사진. 팀스튜디오
임상의이자 뇌과학자로서 걸어온 치매 전문의 길
중앙대병원 신경과 윤영철 교수는 1997년부터 신경과 전문의로 일하면서 치매 환자들을 돌보며 연구에 매진해왔다. 공중보건의 시절의 경험은 그가 치매 분야에 발을
들여놓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존경하는 교수님께서 알츠하이머병 환자를 진료하는 모습을 보게 된 것이 큰 전환점이었습니다. 환자를 배려하는 마음뿐 아니라 치매에
학문적으로 접근하는 모습에서, 환자를 돕는 임상의사이자 뇌과학자의 역할을 하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뇌과학 측면에서 치매는 매우 흥미로운 분야입니다. 기억이 어떻게
형성되고 저장되며, 왜 특정 부위의 손상이 인격과 인지기능의 변화를 가져오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들이 저를 이 분야로 이끌었습니다. 환자와 가족의 고통을
덜어드리고, 동시에 인간의 뇌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보람있는 분야라 생각합니다.”
혈액&뇌파 바이오마커 연구 통해 치매 조기진단 기회 확장
윤 교수는 치매, 특히 알츠하이머병의 조기진단과 치료에 대한 연구를 꾸준히 해왔으며 이에 대한 공로로 2020년에는 치매극복의 날 기념식에서 대통령 표창을 받기도 했다.
최근에는 바이오마커 개발을 중점적으로 연구하고 있는데, 가장 주목할만한 성과는 혈액 기반 알츠하이머병 예측 바이오마커의 상용화다. “기존에는 뇌척수액 검사나 아밀로이드
PET 촬영 같은 검사가 필요했지만, 저희가 개발한 혈액 검사는 상대적으로 비침습적이고 비용이 적게 들어 2년여 전부터 임상 현장에서 쉽게 활용되고 있습니다.” 이 혈액
바이오마커는 현재 상태 진단을 넘어 향후 인지기능 저하를 예측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 증상이 나타나기 전 미리 위험을 감지하여 병의 진행을 늦추거나 예방할
가능성이 크게 높아지기 때문이다.
또한 뇌파를 이용한 전기생리학적 바이오마커도 개발 중인데, 뇌파 검사 또한 다른 검사에 비해 접근성이 좋고 비용이 저렴하다는 장점이 있다. 윤 교수의 연구팀은 중앙대 AI
대학원과의 협력으로 뇌파 검사를 통한 딥러닝 모델인 CEEDNet을 개발, 뇌영상분야의 최고권위국제학술지인 NeuroImage 저널에 발표하여 국제적으로 그 우수성을
인정받았다.
“기존 뇌파 분석은 주관적이고 표준화가 어려워 치매 진단에 제한적으로만 사용되었지만 머신러닝 기술을 도입하며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게 되었습니다. 인공지능이 복잡한 뇌파
패턴을 학습하고 분석하여 인지장애를 객관적으로 예측하고 알츠하이머병의 진행 상황을 정확히 모니터링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 중입니다. 이러한 첨단 기술이 전국의
치매안심센터와 의료기관에서 널리 활용되어, 의료 접근성이 떨어지는 지역에서도 정확하고 신속하게 치매 진단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저희의 목표입니다.”
한편, 윤 교수는 노인들을 대상으로 한 치매 예방 학습지 및 치매 관련 Q&A를 담은 책도 제작 중이다. 이러한 노력을 통해 치매 발병률을 낮추고, 환자와 보호자들에게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치매의 근본 원인을 제거하는 치료제 등장!
수년 내 치매 극복 가능해지길…
치매 치료는 크게 약물 치료와 비약물 치료로 나뉘며, 이 두 방식을 상호 보완적으로 활용해야 효과적인 치료가 가능하다. 현재 치매 치료에 널리 사용되는 약물들은
뇌신경전달물질을 조절하여 인지기능 저하 속도를 늦추고, 일부 증상을 완화하는 효과가 있으나 병의 근본적 진행을 막지는 못한다.
그런데 최근 등장한 아밀로이드 항체 치료제 ‘레카네맙’ 주사제가 주목받고 있다. 올해 초 도입된 신약으로 알츠하이머병의 핵심 원인 물질인 ‘아밀로이드 베타’를 뇌에서
제거하는 방식이다. 치매 치료 역사상 질병의 경과 자체에 영향을 미친 최초의 약물 중 하나라는 점에서 의미가 매우 크다. 다만 ‘레카네맙’은 완치제가 아니며 뇌부종 등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고, 경도인지장애 및 초기 알츠하이머병 환자에게만 적용 가능하며, 고가라는 점 등의 해결 과제도 남아있다.
윤 교수는 앞으로 치매 치료법이 매우 혁신적인 변화를 맞이할 것으로 예측된다며 “지금까지 치매는 완치가 어려운 것으로 여겨져 왔지만, 과학기술의 발전과 의학적 연구가
계속되며 치매 치료의 패러다임이 근본적으로 달라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치매 치료의 새로운 지평을 연 ‘레카네맙’과 같이 증상의 완화가 아닌 근본 원인을 제거하는
더욱 정교한 항체 치료제들이 5~10년 내로 개발될 것”이며 “유전자 분석 기술의 발달로 개인의 유전적 특성에 따른 맞춤형 치료가 가능해지고, 뇌파 패턴, 혈액 바이오마커,
뇌영상 특성을 종합적으로 분석하여 AI가 가장 효과적인 치료 조합을 제안하는 시대가 올 것”이라 예측했다. 또한 “줄기세포 치료, 뇌 자극 치료, 초음파 치료, 나노기술을
활용한 약물 전달 시스템 등의 발전으로 치매를 이겨낼 수 있게 될 것”이라 말했다.
“먼저 치매로 어려움을 겪고 계신 환자분들과 그 가족 여러분께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립니다. 치매 조기진단 기술이 개발되고 있고, 최근 사용되고 있는 아밀로이드 제거
치료제들과 개발 중인 다양한 혁신 치료법들은 분명히 더 나은 미래를 약속하고 있습니다. 증상 관리에 집중하시되 꾸준한 인지 활동, 규칙적인 운동, 사회적 관계 유지는
뇌건강에 실질적인 도움이 됩니다. 또한 정기 검진을 통해 질병의 진행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적절한 치료를 받으시기를 바랍니다. 환자 및 가족분들이 희망을 잃지 않도록,
하루빨리 효과적인 치료법을 제공할 수 있도록 끝까지 연구와 진료에 매진하겠습니다.”

치매에 관한 궁금증 Q&A
Q건망증, 경도인지장애, 치매는 어떻게 구분할 수 있나요?
핵심적인 구별 기준은 ‘일상생활 수행 능력의 저하 여부’라고 할 수 있습니다. 건망증은 일상생활에 큰 지장이 없고, 경도인지장애는 다소
불편함은 있으나 독립적인 생활이 가능하며, 치매는 도움이 필요한 상태라고 이해하시면 쉽습니다. 경도인지장애가 있는 경우 정상 노인에 비해 치매로 진행될 확률이
높기 때문에 적극적인 관리와 추적 관찰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Q치매를 의심할 수 있는 신호로는 무엇이 있을까요?
최근 일이나 대화 내용을 자주 잊고, 반복해서 같은 질문을 하기도 합니다. 언어 능력이 저하되어 대화 중 적절한 단어가 떠오르지 않아
머뭇거리거나, 말이나 글을 이해하기 어려워합니다. 익숙한 길을 헤매거나, 날짜나 요일을 헷갈리고, 물건을 어디에 뒀는지 기억하지 못합니다. 계획을 세우거나
문제를 해결하는 데 어려움을 느끼고, 상황에 맞지 않는 부적절한 판단을 내리기도 합니다. 이전과 달리 의욕이 없고 무감각해지거나, 쉽게 화를 내거나 의심이
많아지고, 불안해하거나 우울해하는 모습을 보일 수 있으며, 즐겨하던 취미나 모임에 흥미를 잃고 점차 사람들을 피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Q나 또는 가족의 치매가 의심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가장 중요한 것은 두려워하거나 망설이지 말고, 가능한 한 빨리 전문가를 찾는 것입니다.
➊가까운 신경과나 정신건강의학과를 방문하여 상담을 받아보세요. 지역 보건소에 설치된 치매안심센터를 방문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치매안심센터에서는 기본적인 상담과 선별 검사를 무료로 받을 수 있으며, 필요시 정밀 검사를 받을 수 있는 병원으로 연계해
줍니다.
➋언제부터, 어떤 증상이, 얼마나 자주 나타났는지, 그로 인해 일상생활에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구체적으로 설명하는
것이 진단에 큰 도움이 됩니다. 환자 본인이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가족 분들이 평소 모습을 잘 관찰하여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좋습니다.
➌환자 본인이 검사를 거부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때 ‘치매 검사 받으러 가자’고 직접적으로 말하기보다는, ‘요즘 깜빡깜빡하시는
것 같으니 건강검진 차원에서 한번 점검해 봐요’와 같이 부드럽게 설득하고, 정서적인 지지를 해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➍치매는 불치병이라는 생각에 미리 절망할 필요는 없습니다. 조기에 발견하면 치료를 통해 증상 악화를 늦출 수 있고, 다양한 지원
제도를 통해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긍정적인 마음으로 상황을 받아들이고, 앞으로를 준비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