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들면 누구나 노안이 오기 마련이고, 녹내장·백내장 등 안질환의 위험도 함께 높아진다.
단순히 ‘나이가 들었으니 당연히 눈이 나빠지는
거겠지’라고 생각할 것이 아니라,
60대 이후부터는 특별한 증상이 없어도 1년에 한 번은 안과를 찾아 정기검진을 받는 것을
추천한다.
검진을 통해 질환을 조기에 발견한다면
적절한 치료를 통해 눈 건강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글. 정지연 사진. 팀스튜디오
60대 이후라면 반드시, 정기검진으로 눈 건강 지키자
중앙대광명병원 안과 정재훈 교수는 녹내장 및 백내장 분야의 전문가로, 안과 의사인 어머니의 발자취를 따라 안과 전문의의 길을 걷게 되었다. ‘환자들의 동반자로서 수술
및 진료를 통해 막연한 두려움을 덜어드리고 희망을 전하는 것이 본인의 역할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 교수의 전문 분야인 녹내장과 백내장은 이름도 비슷하고 둘 다 주로 60대 이상의 노년층에게 발병하지만 눈에 이상이 생기는 부위는 전혀 다르다. ‘녹내장’은 안구
뒤쪽의 뇌와 직접 연결되는 시신경이 점점 망가지며 발생하는 병이라면, ‘백내장’은 눈 앞쪽의 투명한 렌즈(수정체)가 점점 혼탁해지면서 시야가 흐려지고 빛 번짐이
생기는 병이다. 녹내장은 초기에는 자각 증상이 거의 없거나 미미하다. 시야의 가장자리 부분이 잘 안 보이거나, 초점이 맞지 않고 흐리게 보이거나, 빛 번짐이나
눈부심이 있고, 드물게는 눈에 통증이 느껴질 수도 있다. 초기 백내장의 경우 시야가 뿌옇게 흐려지거나, 밝은 곳에서 눈이 부시고, 야간 운전이 어려워지는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색감이 바래 보이거나, 안경을 자주 바꿔야 할 정도로 시력 변화가 잦은 경우에도 백내장을 의심해 볼 수 있다.
수술로 완치 가능한 백내장 vs 평생 관리가 필요한 녹내장
백내장의 경우 약물 치료는 병의 진행을 일시적으로 억제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는 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다. 증상이 있다고 해서 바로 수술할 필요는 없지만 자꾸 눈이
부시거나 독서, 운전 등 생활에 불편을 느낄 정도가 되면 수술을 결정하면 된다. 백내장 수술은 혼탁해진 수정체를 제거하고 인공수정체(렌즈)를 넣는 방식으로, 수술 시간도
짧고 회복도 빠른 편이다. “인공수정체로 교체하면 재발하지는 않기 때문에 완치라고 볼 수 있습니다. 다만 드물게 인공수정체 뒤쪽의 막이 혼탁해지는 후발백내장이 생길 수
있는데, 이는 간단한 레이저 치료로 바로 해결됩니다.”
반면 녹내장은 시신경이 서서히 손상되는 문제이기 때문에 평생 관리가 필요하다. 망가진 시신경은 살려낼 수 없고 더 이상의 손상을 막아야 하는 만큼 조기발견이 매우 중요하다.
녹내장의 발병 원인으로는 안압이 높아져 시신경이 눌려 손상되는 것이라는 가설이 유력하다. 시신경으로 가는 혈류 공급에 문제가 생겨 시신경이 손상되어 생긴다는 설도 있다.
정답은 알 수 없지만 이러한 가설에 근거해 녹내장 치료는 안압을 낮추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수술이 가장 효과적이지만 부작용의 위험 때문에 안압이 아주 높은 경우가 아니라면 보통은 약물 및 레이저 치료를 선호한다. 정 교수는 “녹내장으로 인한 실명을 걱정하실 수
있는데 그 확률은 10% 정도로 낮으며, 조기에 발견하여 꾸준히 관리하시면 평생 큰 불편 없이 지내는 경우가 많습니다.”라고 말했다.
보다 정확한 진단기술을 연구하고
진심으로 진료하며 환자와 동행하다
한편, 정 교수는 AI 의료기기 개발 등 안과 질환을 보다 객관적으로 진단하기 위한 연구도 이어가고 있다. “안저사진으로 녹내장을 감별하는 AI 의료기기 개발에 참여한 바
있습니다. 안저사진 1장만으로 수정체 혼탁부터, 시신경 이상, 망막 출혈, 황반변성 등 다양한 안과적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데요. 안저사진으로 얻은 정보를 컴퓨터로 판독하는
식의 기술은 이미 널리 사용되고 있습니다. 저는 이를 개선하여 데이터 딥러닝을 통해 판독의 정확성을 높이기 위한 연구를 진행해 왔습니다. 최근에는 중증도 백내장 판정이
주관적이라는 한계를 보완하기 위한 AI 장비 관련 연구도 진행 중입니다. 안저사진으로 확인할 수 있는 정보 및 시각의 질을 정량적으로 평가하는 OQAS 장비로 측정한
데이터를 조합하여 안구 매질 혼탁도를 객관적으로 측정하는 방식입니다.”
정 교수는 기억에 남는 환자를 묻는 질문에 “백내장으로 양쪽 눈 모두 시야가 흐려져 혼자 걸을 수 없어 휠체어를 타고 만났던 환자가 수술 후 시야를 회복하여 걸어 들어오는
모습, 수술 합병증으로 반대쪽 눈 수술을 망설였지만 좋은 결과를 얻어 행복해하던 환자의 표정 등이 기억에 남지만, 999번 잘 되어도 결과가 좋지 않았던 1명의 환자가 더
마음에 남는다”고 말했다. “녹내장은 평생 관리해야 하는 병이다 보니, 얼마 전에도 이전에 근무했던 병원에서 진료했던 환자가 몇 년 만에 저를 찾아와 주셨는데, 반갑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마음이 무거웠다”며 평생 함께 보며 걷는 동반자로서 환자들에게 믿음을 전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임을 다짐했다.
“평소보다 불빛이 번져 보인다거나 시력 교정 후에도 글씨가 선명하지 않다는 느낌이 든다면 안과 검사를 받아 보시는 게 좋습니다.
특히 60세 이후라면 정기적인
눈 검진을 권유드립니다.
병의 진행 속도는 사람마다 차이가 있지만 일반적으로는 급속도로 나빠지진 않습니다.
정기적인 검진을 통해 병을 조기에 발견하여 관리를
잘 하고, 필요한 경우 수술 치료를 받으신다면 생활하는 데 불편함을 최소화할 수 있습니다.”

노인성 안질환과 노안에 관한 궁금증
Q&A
Q안과 검사와 진단은 어떤 식으로 이뤄지나요?
백내장을 진단하기 위해서는 시력검사와 함께 ‘세극동 현미경’으로 눈 속 수정체의 혼탁 여부를 직접 관찰합니다. (세극동 현미경은 어느
안과 진료실에나 있는 장비로 ‘안과의 청진기’라 할 수 있습니다.) 그 외에 다른 질환이 있는지 관찰하기 위해 눈 안쪽 시신경과 망막까지 확인할 수 있는
안저검사를 할 수 있으며, 백내장이 심한 경우에는 초음파 검사도 추가로 시행하기도 합니다. 특별히 아프거나 부담되는 검사는 아니니 안심하셔도 됩니다.
Q당뇨와 백내장은 어떤 관계가 있나요?
가끔은 고혈압이나 당뇨가 있으면 백내장 수술을 하면 안된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계신데 그렇지는 않습니다. 다만 당뇨가 있으면
혈관에 이상이 생겨 눈 건강이 나빠지는 편이며, 백내장이 더 이른 나이에 발생할 수 있습니다. 당뇨로 인해 망막의 미세혈관이 손상되어
있으면 백내장 수술을 하더라도 시력 개선 효과가 떨어질 수 있습니다. 또한 당뇨 환자는 백내장 수술 후 합병증 위험이 상대적으로 높지만,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적극적으로 치료를 받으시는 것이 맞습니다.
Q백내장 수술에 사용되는 단초점, 다초점 렌즈는 어떤 차이가 있나요?
백내장 수술 시 사용되는 인공수정체는 크게 단초점과 다초점이 있는데 각각 장단점이 있습니다. 단초점 렌즈는 원거리, 근거리 중
하나에만 초점을 맞춰주기 때문에 수술 후에도 안경을 일부 착용해야 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하고 선명도도 높아, 야외 활동이 잦거나
특히 밤에 운전을 해야 하는 분께는 단초점 렌즈를 권합니다. 다초점 렌즈의 경우 원거리와 근거리를 동시에 잘 볼 수 있게 설계되어 있어 수술 후 안경 없이
생활할 가능성이 높지만, 비용이 추가되고 경우에 따라 빛 번짐이나 야간 눈부심이 있을 수 있어 환자 본인의 직업이나 생활 스타일에 맞는 렌즈를
선택하실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Q노안이 있으면 반드시 돋보기나 노안용 안경을 착용해야 하나요? 노안이 왔을 때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면요?
노안은 수정체의 탄력이 줄어들며 초점 조절 능력이 떨어져 가까운 곳이 잘 안 보이게 되는 현상입니다. 안경을 반드시 착용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불편함이 있다면 안경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습니다. 노안을 방치하면 눈의 피로가 심해지고, 삶의 질이 떨어질 수 있습니다. 그냥 ‘나이가 들어
눈이 나빠졌구나’라고만 생각하고 다른 눈 질환이 생겼을 가능성을 간과하는 경우가 있는데요. 가까운 거리가 안 보일 뿐만 아니라 시야가 좁아지거나 왜곡된다면,
꼭 안과를 방문해 검진을 받아 보시기를 바랍니다.
Q노안은 어떻게 치료할 수 있으며, 노안 수술이 필요한 경우는 언제인가요?
노안은 주로 돋보기나 다초점 안경으로 교정합니다. 최근에는 노안을 위한 인공수정체 삽입술, 레이저 시술 등 다양한 수술적 방법도
개발되고 있는데요. 특히 백내장 수술 시 노안 교정용 렌즈를 함께 넣는 방식이 주로 쓰입니다. 노안 수술은 안경이 너무 불편하거나
직업적으로 맨눈이 꼭 필요한 경우에 고려할 수 있는데, 모든 분에게 맞는 건 아니니 정밀 검진 후 신중하게 결정해야 합니다.